Another Spaces

버려진 빈집은 단지, 폐허일까?

빈 집은 비어있음을 가지고 있다. 무성한 풀과 지붕을 타고 뻗어가는 덩굴들, 흩날리는 먼지,오래된 얼룩들... 빈집은 비어있음으로 작가의 상념을 채우는 공간이 된다.

작가의 그림 속에서 줄곧 발견되는 닫힌 문과 가로막은 벽, 그리고 그 위를 드리운 그림자 혹은 나무의 실루엣은 부재와 현존의 경계에서 서성인다. 바로 그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‘흔적’을 남겨가는 과정이 서숙희작가의 작업인 것이다.

그래서 작가는 아크릴판 위를 생채기 내듯 긁어내고 그 새겨진 틈새에 색이 베어들게 하고 또 다시 긁어냄을 반복하는 작업 과정을 택한다. 무수한 상념들이 자라고 스러져가는 시간이 그 위로 베어들어가 하나의 그림이, 빈집이 완성되는 것이다.

-정현경=