사라지는 것들
서숙희의 작품들은 제목처럼 간결하다.
그것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법과 같은 묘한 감정을 끌어낸다.
차가 잘 다니지 않는 곳에 낸 구멍가게는 추사의 초가처럼
소박하게 틀어져 있다. 남자는 묻혀있고 가게 앞은 지나는 차 대신
물뿌리개와 테이블에 크게 점령당했다. <날마다 만나느 밤>에서는
고즈넉한 집 한 채를 보여준다. <정선 가는 길>에서는 산 속에
묻힌 채 찾기도 어려운 버스 하나를 보여줄 뿐이다.
그 조용한 형상은 화면 바탕인 린넨의 결조차 드러내고 있다.
한편의 시를 보는 것 같은 화면이다. 동화 속 이야기인 듯
아스라한 추억도 피어오른다. 화면 깊게 다가가야 하는 때문일까.
그 여운이 짙다.
- 최형순, 미술 평론가 -